여자는 반쯤 깬 상태로 생각했다.나는 누구고, 왜 여기에 있는 걸까.눈앞에는 남자가 있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남자가.“내가…… 살려 줄 수 있어요.”“기적이 재주라면…… 해 봐. 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는 기다리도록 하지.”마물의 피와 사람의 죽음으로 얼룩진 곳에서 만난 남자 일레신을 따라, 아르틸라라는 이름을 얻은 여자는 포베른 성으로 향한다.이 만남 뒤에 감춰져 있던 인연이,이 땅에 흐르던 신화, 마법, 악마, 전쟁과 뒤섞여 들어가고…….*기억은 없어도 안정되었던 행복은 길지 않았다.“사랑하는 아르틸라, 나의 심장이자 소중한 신부.”아르틸라 앞에 나타난 악마는알지만 모르는 옛 얼굴로 찢어지게 미소를 지었다.“같이 가자. 너를 나의 아내이자 여왕으로 만들어 줄게.”*갑작스런 해후. 1년의 인연. 그리고 실종.아직 모르겠다. 일레신이 함정에 빠진 건지, 아니면 그녀를 함정에 빠뜨린 건지. 그녀가 먼저 그의 운명을 건드린 건지, 그가 그녀의 길을 어그러뜨려 넘어지게 한 건지. “그래. 당신과 같이 있고 싶어.”아르틸라는 일레신의 눈동자를 홀린 듯 보았다. 짙은 보라색 눈은 용암처럼 이글거리고 있었고, 그 열기는 분명 아르틸라를 향하고 있었다.“언제나 그랬어.”일레신은 견디기 버겁다는 듯 눈을 감고 몸을 기울였다. 일레신의 이마가 아르틸라의 어깨 위에 얹혔다.“언제나 당신과 같이 있고 싶었어.”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