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죄가 많아 모두가 고통을 받는구나. 나 하나만 없어지면 될 것을.”세자 겸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폐서인이 된 서린은 모든 것을 잃은 날, 붉은 노을 아래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눈을 떠 보니 첫날밤이었다.서린은 겸이 자신을 버리고 정인의 궁으로 도망갔던 바로 그 날로 회귀한 것이다.“그대와 가례를 치렀으나, 내 그대의 사내가 될 일은 없을 것이오.”똑같은 상황, 반복되는 차가운 세자의 말.어차피 도망칠 것, 먼저 내보내드려야겠다.“합방에 관하여서는 관상감에 길일을 택하라 언질을 넣어둘 터이니 날짜가 나올 때까지는 후궁에서 편히 쉬시옵소서.”신방에서 쫓겨난 겸은 분노하고 서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서린은 겸이 품었던 비밀스런 상처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다.이해되니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지난 생,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았더라면 조금은 달랐을까.어쩌면 이제라도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지. 내가 온전히 그를 바라는 마음만 내려놓으면.파멸을 피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생을 살리라.마음 먹은 서린은 겸에게 선언했다.“소첩은 저하를 마음 깊이 연모하지도, 후사를 조르지도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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