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접비무(白蝶飛舞)> 백접비무는 루화옥엽의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흐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구성하였으나,
감상의 수월함을 위해 루화옥엽을 먼저 보시길 감히 추천드립니다.
- 월하백향 드림-
두 초상화가 전해진다.
한쪽은 누가 보아도 맹수의 눈매를 가진 폭군을 연상시키는 그림이요,
다른 한쪽은 준엄한 위엄을 떨치고 있는 성군현제의 모습이다.
이리 양 극단을 달리는 초상화의 주인공은 동일 한 사람,
바로 태위제국 2대 황제, 광종이다.
광평 역사상, 후대에 가장 양분된 평을 받고 있는
태위제국 2대 황제, 광종 휘무제.
그의 일생에 단 한 명 뿐인 여인 소하령.
그들의 어긋난 인연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
루화옥엽 그 후.
[미리보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 다급한 발자국 소리. 전장의 매캐한 공기 속에서도 갑작스레 끼쳐오는 이질적인 향기는 은월이 익숙한 향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몸을 안아든다.
청유는 자신의 앞을 막는 병사를 베어내고 섬광처럼 도약했다. 순식간에 병사들 머리 위를 넘어선 그는 곧장 쓰러진 은월을 들어 안았다. 쌕쌕 고통에 찬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입가는 검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하아……, 폐하…….”
“그만 말하지마.”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그녀를 보는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뺨을 감싸 쥐는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공포. 기백의 군사들 앞에서 혈혈단신 홀로 서 있을 때조차, 일말의 두려움도 없던 남자가 지금은 행여 그녀를 잃을까 무서웠다.
은월을 안은 청유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폐하……. 나를, 나를 놓으세요……. 어차피…… 나를 죽이지는……, 못할…… 쿨럭…….”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 말하던 은월은 다시금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냈다. 자신을 안고 있는 채로는 그는 제대로 방어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의미를 담아 은월을 자신을 놓으라고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달려드는 병사의 창을 한 손으로 쳐내고 나서, 그러나 그는 그녀를 더욱 자기 품 안으로 숨기듯 끌어안았을 뿐이다.
“폐하, 제발…….”
당신의 목숨은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황제의 어깨 위에 얼마나 만큼 이들의 생명이 걸려있는 줄 아느냐, 그녀는 그리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숨을 쉬는 것조차도 폐부를 칼로 도려내듯 극렬한 고통이 밀려오는 통에 은월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대가 죽으면 나도 죽어.”
그녀의 귓가 바로 옆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러니, 같이 죽든지 아니면 같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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