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

꽃송이 완결

<꽃송이> 한순간 훅 치고 들어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

그러나 그 여인은 그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여인이었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악착같이 움켜잡은 사랑.

그에겐 칼과 다르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달리는 말이 바람과 같았다.
비로소 미소가 번지는 가슴. 비로소 가벼워지는 무게.
훌훌, 마음은 벌써 여인에게 다다라 있었다.

“은아!”

령이 말을 멈추었다. 무작정 달리던 라은이 부르는 소리에 멈추었다. 그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눈앞에 그 사람이 있었다.

“이 야심한 시간에 어디를 가는 것이냐?”

여인 홀로 겁도 없이. 나인의 복색을 하고. 궁에라도 들려고? 나에게 와서 따지려고? 보고 싶을 마음을 견딜 수 없어서? 그대 역시 나와 다르지 않아서?

“세자 저하께 가는 길이옵니다.”

역시.

“연유를 알지 못하고 이대로 돌아설 수는 없사옵니다. 그러니 연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소녀가 소녀인 것이 원망스럽고 저하께서 저하인 것이 원망스러운 이유,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야 돌아서지겠사옵니다. 그러니 말씀해 주십시오.”
“말해 줄 수 없다.”

령의 대답은 단호했다.

“저하.”

라은은 답답했다. 이 답답함을 가슴에 품고 남은 삶을 어찌 살아 내라고. 내 사내가 이리 잔인한 사내였던가. 원망이 어둠보다 더 짙었다.

“내가 너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너와 내가 만나서는 안 되는 인연이라는 것이다. 그저 스쳐 가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런 운명 따위…….”
“그 운명 내가 거슬러 보려 한다. 스치는 그 인연, 내가 붙잡아 보려 한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힘을 주어 꽉 움켜쥐었다.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듯 반짝거리는 그녀의 눈동자가 눈물을 몰아냈다.

“잔인하십니다. 참으로, 참으로 잔인하십니다.”

채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이 그녀에게 얼마나 잔인한 칼이었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도 그랬다. 견딜 수가 없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라. 그 잔인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안하구나. 다시는 널 아프게 하는 일 없을 것이다.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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