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를 보필하던 신하들이 모조리 죽고 600년 가까이 이어지던 헤르베르트 제국이 무너졌다. 그것도 친형제나 다름없는 지크프리드 엘리기우스에 의해서.새로운 황제의 등극과 함께 도래한 평화를 축하하기도 잠시, 전쟁을 종식한 영웅이라는 칭호는 좋았으나 그가 엘리기우스 가의 사생아였다는 점이 황권을 강화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넌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내 차례가 올 때까지 몇 번이고 살아남아서 기다렸어. 그런데 어떻게 널 죽이겠어?”무자비한 젖형제의 계획에 놀아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얼른 내 오메가가 되어줘, 알렉스.”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사랑하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네가 좋아하는 그 책임 말이야. 그렇지, 알렉스?”그는 사랑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불결한 집착에 지나지 않았다.산산이 깨어진 유리 조각 같은 관계에 남은 거라곤 뾰족한 증오뿐이었다.“내 아이를 낳아. 그게 네가 살 유일한 길이니까.”지크프리드의 차가운 말이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일러스트ⓒ감람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