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홀로 사회에 내던져져 시작한 연기와 이별하려 한다.스물아홉의 무명 배우 한도윤은 극단을 그만두고 스위스로 떠난다. 한적한 곳에서 10년간 쌓은 미련을 정리하려 했는데, 우연히 이 먼 땅에서 톱 배우 기태현을 만났다. 그와는 사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남자와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마주치는 순간. 도윤은 의도치 않게 그의 약점을 쥐게 되는데…….*도윤은 기태현의 얼굴이 좋았다. 늘씬하고 탄탄한 몸이나 서구적인 외모도 좋았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한 피사체를 보는 사진가의 마음에 가깝다. 도윤은 한 번도 그를 연애 상대로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제 취향은 기태현 씨랑은 조금 다르니까 안심하셔도 돼요.”그렇게 웃으며 도윤은 일이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기태현이 불퉁하게 되물어 오기 전까지는.“……취향이 뭔데요?”“네?”“취향이 뭡니까?”마지막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다. 후회는 언제나 늦었다. 기태현을 만난 후로 제 무덤 파는 솜씨만 늘어 가고 있었다.“그러니까, 다정하고.”“나도 다정하지 않아요?”도윤은 못 들은 셈 치고 얘기를 계속했다.“부드럽고 듬직한…….”“나 정도면 부드럽고 듬직한데요.”“연상이요.”“…….”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기태현이 숫제 노려보듯이 도윤을 쳐다봤다. 괜히 목이 탄다. 도윤은 와인잔을 들며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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