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신부> “그대와 나, 어린 시절부터 이미 혼약이 있었음을 말이오.”
“예?”
“그대는 그 일이 있을 당시 나보다도 더 어렸기에 잘 모르겠으나 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오. 어미와 함께 궐에 들었던 그대의 모습을 말이오. 그리고 어린 그대를 보면서 어마마마께서 하신 말씀을 말이오.”
“전하…”
“귀에 박히도록 들었소. 내 비궁이 될 것이니 그 어릴 때도 아껴야 한다는 것을 말이오.”
새삼 다르게 보이는 낭군의 모습에 서린은 그저 웃음으로 화답할 뿐 다른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자신에게 다가온 그의 품에 안겼다.
“왜 그러시오.”
가만히 안겨 있던 그녀가 휘를 밀어냈다. 그러고선 자신을 보기만 하는 서린의 모습에 휘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이것을 받아 주시겠습니까?”
“무엇을 말이오.”
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서린을 보며 휘는 기다렸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꺼낸 것을 확인한 휘의 눈빛이 커졌다.
“그, 그것은…”
“예?”
“그 주머니 어디서 난 것이오?”
“어릴 적부터 지녀 오던 것입니다. 어찌 그러십니까?”
“혹 어디서 난 것이오?”
“주운 것입니다.”
“주웠다고? 어디서 말이오.”
“저자에서 떠돌던 시절, 순희와 함께 길을 가다가 주운 것입니다. 한데 어찌 그러십니까?”
“그것은 내가 잃어버린 것이오.”
“예?”
“그날은 내가 어마마마와의 약조를 잊고 궐을 나섰다가 급히 들어가던 길이었소. 한데 돌아가던 길에 그만 이것을 잃어버린 것이오. 이것은 어마마마께서 직접 만들어 내게 주신 것이오.”
“아!”
그런 이야기까지 듣고서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순희가 그에게서 훔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유모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그런 것임을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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