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관계였다.겨울 특유의 찬 냄새밖에 나지 않는 그날,원치 않은 호의를 베푸는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제가 대신 켜 드릴까요?”“……아.”“저 라이터 잘 켜요.”“…….”“바람이 많이 부니까, 돕고 싶어서요.”초면인 주제에. 날 알지도 못하면서.그러면서도 당돌한 이 어린애를 놀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해서,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채 불에 뛰어든 나방 같은 꼴의 그와 잠깐 어울려 줄 생각이었다.음대생과는 전혀 거리가 먼 오히려 체대생에 가까운,키스도 한 번 못 해본 이 꼬마가 울린 피아노 건반 소리를 듣기 전까지.***“……다른 데서도 이렇게 흘리고 다녔어요?”“뭘.”“페로몬요. 저랑 파트너 된 이후에도 페로몬 흘리고 다녔냐고요.”“…….”“오메가들이 좋아했겠네요.”시후는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인 채 눈살을 찡그렸다.“발현된 지 얼마나 됐다고 건방지게. 한 번 했다, 이거냐?”“……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요. 그런다고 저 이제 안 놀라요.”귀나 숨기고 말하지. 삽시간에 빨개진 귓바퀴를 보며 시후는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하게 올렸다.비웃는 기색이 역력한 미소에 예준은 긴 속눈썹을 밑으로 내리깔았다.“그리고.”부끄러워하는 얼굴과 달리 대담한 발언이 이어졌다.“……한 건 제가 아니라 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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