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도 않는데 고백해 버린 거 같다. 이건 다 형이 끼얹은 오메가의 몽글몽글한 페로몬 때문이었다.“너, 나, 나 좋아해?”형의 페로몬을 맡은, 알파인 그 애는 목부터 얼굴까지 새빨개졌다. 동공은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고, 가슴팍이 크게 부푸는 게 숨도 거칠었다.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건 내 페로몬이 아니라고, 나 여전히 베타라고 소리를 지르듯 해명했다.“뭐…?”그러나 그 애의 눈동자는 갈수록 더 흐릿해졌다.“좋아하는, 게… 아니라고….”“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런데 뭔가 계속 반응이 이상했다. 내가 한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처럼 초점이 불분명하고,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 아주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샅샅이 훑더니 입가를 달싹거렸다.차가운 인상이 창백해져선 분명 욕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욕을 하다 말고 뒤편의 학교 건물로 쌩하니 가버렸다.고백할 생각도 없었는데 이게 고백 후에 벌어질 상황이라니,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 *이라온은… 내가 쉬는 시간이나 이동할 때 스치기라도 하면 기겁하듯 몸을 뒤로 빼고 인상을 바득 썼다.그래서 수업 시간에 이라온 쪽으로 떨어진 지우개를 줍지도 못했다. 몸을 살짝 기울이자 이쪽으로 오기만 해보라는 듯 눈을 사납게 해서 너무 무서웠다.저기 덩그러니 떨어진 내 지우개를 힐끔거리며 잘못 쓴 필기를 지우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번엔 이라온의 지우개가 내 책상 옆으로 떨어졌다. 나는 누구와 달리 주워 주려고 했다.그런데 제 지우개를 내려다보는 이라온의 눈빛이 너무나 어둡고 차가웠다. 나를 번갈아 보는 눈빛도….이라온의 지우개로 손을 뻗던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이라온은 갑자기 필통에서 파란색 펜을 꺼내더니 그걸로 수학을 풀기 시작했다. 지우개를 쓸 수 없다면 아예 지울 수 없는 쪽을 택한 것이다.아무리 그래도 수학을 펜으로 풀면 어떡하냐고…. 아주 그냥 상남자가 따로 없었다.정말 내 손이 닿는 것들은 모조리 싫은가 보다 싶어 나는 좀 더 나의 투명도와 채도를 낮추고 숨만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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