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귀마지막으로 마을의 입구에 세워진 돌을 지나친 강 대위가 뒤돌아봤다. 저런 곳에 어떻게 있었나 싶을 만큼 삭막하기 짝이 없었다. 강 대위는 진저리를 치며 돌아섰다.으아아아. 으아아악. 대위님! 대위님! 저도 데리고 가요! 대위님!태오는 강 대위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하지만 마을 입구 돌을 넘어서지 못했다.이 병장님! 박 하사님! 한 중령! 이 XX들아!목에 핏대가 설 만큼 외쳤지만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멈칫. 바닥을 뒹굴던 태오의 눈이 터질 듯 커졌다.으아아아악!차가운 손이 발끝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와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형, 어디 가?2. 꿈?현실?“안녕.”안녕?잠든 시율이 인사할 리는 없었다. 조금 겁이 났지만 혹시 옆집 사는 병수 형일 수도 있어 슬쩍 눈을 떴다. 창 너머에 웬 낯선 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온통 새하얬다. 눈동자도 얼굴도 머리카락도 옷까지 하얬다. 눈썹을 살짝 덮은 앞머리며 턱 정도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자로 잰 듯 반듯했고 한복인 듯 아닌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평범한 구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신기한 건 그게 또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손끝이, 아니 손톱이 길고 뾰족했다. 손을 내리자 자연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역시 잘생겼다. 아니 예뻤다. 눈을 접어 웃으니 더 예뻤다. 잠깐 들었던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우리랑 놀래?”“우리?”기율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 뒤로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티브이 만화에서 보던 날개 달린 요정들 같았다.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꿈이니까 괜찮겠지? 애가 좀 특이하게 생겼지만 착해 보이고…. 또… 나랑 같은 애니까….기율은 오만 가지 핑계를 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손잡이를 잡았다. 순간 아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눈이 반짝 빛났다. 기율과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순한 웃음을 지었다.3. 조난“저 양반 또 왔네.”매표소 부스의 작은 창이 열리며 화려한 화장을 한 중년 여인이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다.“아….”“사람은 맞나?”“떽.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말이 씨가 돼.”“시절이 어떤 시절인데 그런 소릴 해.”여인이 눈을 흘기곤 슬쩍 말을 꺼냈다.“내가 듣기로는 저이가… 그이래.”“응?”“아, 왜. 한 10여 년 전에 젊은 애들이….”“아아. …설마 친구를 못 잊어서 저러는 거야? 아이고, 딱도 해라.”<[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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