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렇게 이번 생도 망하는 건가.”자기도 모르게 푸념을 늘어놓은 진호는 빈 편의점을 쭉 돌아봤다. 사실 두운 정도의 조건이면 진호에겐 차고 넘쳤다. 짧은 시간이고 주말이긴 하지만 같이 지내 본 바 난잡하게 놀 줄 알았던 건 100% 편견이었다. 만나는 남자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깔끔했다. 연애를 시작하면 애인에게만 올인할 스타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이왕 이렇게 된 거 더 늦기 전에 연애라도 찐하게 할까?”1회차 인생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가 망해 가는 회사, 깐죽대는 배우주, 밀린 월급, 밀린 월급 메꾸기용 투잡이라면 방법을 바꿔야 했다. 딸랑.그래, 그래. 너무 한가하다 했다. 하느님, 당신은 내가 쉬는 꼴을 못 보지.“어서 오세… 요.”강준이었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요란했다. 진호의 눈이 흔들리는 유리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점점 작아지는 종소리가 지난밤을 새하얗게 세게 만든 일을 소환했다. 또다시 답도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뜨겁게 타올랐을 클럽 골목의 이른 오전은 애초에 사람 자체가 뜸했다. 오는 손님은 없고 해는 따뜻하고 잠은 부족했다. 점점 무거워진 진호의 눈꺼풀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딸랑.“어서….”종소리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일어나던 진호는 눈을 비볐다. 카운터 뒤 담배 진열대를 훑던 남자의 시선이 인사를 잘라 먹은 진호에게 향했다. 살짝 커졌던 눈동자가 이내 제자리로 돌아가더니 야살스럽게 휘어졌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 찔러넣고 건들건들 걸어오는 폼이 누가 봐도 조폭이었다. 씨익. 김재원의 한쪽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오, 호롱이.”여기가 만남의 광장이야? 시간의 교차점이야?<[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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