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의 장남인 윤이는 산에서 다리를 다친 후 집안의 짐 덩어리가 된다.그런 윤이 앞에 씨름 장사 만석이 나타나 소 한 마리를 주며 구애하는데…….“소 한 마리면 되오?”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윤이는 동생에게 소를 넘기고 그를 따라나선다.치욕스러울 줄 알았던 만석이와의 삶은 평온하게만 흘러가고, 윤이는 만석이의 다정함과 헌신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그러던 어느 날, 동생 억이가 모셔 온 양반 정한서의 서책 필사를 맡게 되면서 일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데…….“자네. 나를 어찌 생각하는가?”“…….”“나는 간간이 자네가 생각나네.”* * *윤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닭 키워요! 고기도 먹고. 닭알도 먹게!”윤이는 연신 입에 밥을 퍼 나르며 잘도 떠들어 댔다. 만석이는 그런 윤이를 보며 배시시 웃기만 했다. 절 보느라 수저만 들고 있는 만석이를 빤히 보던 윤이는 마지막 밥 한술을 입에 넣었다. 이내 만석이 밥그릇에 숟가락을 담그며 물었다.“내가 보기만 해도 좋아요?”만석이의 벌어진 입이 닫혔다. 고개를 끄덕이며 제 밥그릇을 윤이 앞에 놔 줬다.“뭐가 그리 좋대…….”중얼거리며 몇 술 더 뜬 윤이는 밥그릇을 만석이 앞으로 밀었다.배가 부른 윤이는 만석이에게 기대서 다리를 쭉 뻗었다. 편안했다. 만석이는 한쪽 팔로 윤이를 받치고 서둘러 수저를 놀렸다.한참을 만석이 품에 기대 있자니 눈이 스르르 감겼다. 하품이 절로 나왔다. 몸이 기울어지며 만석이의 다리에 머리가 놓였다. 사르르 감기는 눈 틈새로 만석이의 흐뭇한 미소가 보였다.* * *윤이의 머리채를 붙든 정한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종놈으로 부리지 않고 첩으로 들인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두피가 뜯겨 나갈 듯한 아픔에도 윤이는 이를 악물고 신음 한 번 지르지 않았다.“어차피 놓아주지 않을 텐데. 뭐가 그리 불만인 게야!”핏발이 선 윤이의 눈동자가 정한서에게로 향했다. 윤이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벌린 입술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소인 만석이 각시입니다.”입만 벌리면 나오는 윤이의 한결같은 말에 정한서의 손이 올라갔다.피부가 마찰하는 차진 소리와 함께 윤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번쩍이는 눈앞에 만석이가 보였다.농도 못 알아듣고, 우직하기만 한 만석이. 그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귓속에 울렸다.‘소 한 마리면 되오?’윤이는 그 당시와 다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은 같았다.“……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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