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단지도 꽃이다 > 안평국의 임금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고육지책으로 네 명의 양자를 각기 다른 가문에서 들였는데 그들이 바로 성운, 이헌, 재문, 언렴이었다. 차가운 카리스마 성운, 봄볕의 찬란한 미소 이헌, 장난스러운 순정파 재문, 4차원 열혈 정의파 언렴. 동시에 궁에 들어 지내기 시작한 네 대군의 앞에 기이한 외양을 가진 천재소녀 온해가 나타났다.
하루가 갈수록 후계를 향한 네 사람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금은 온해를 그들 이상으로 주목하고 있었다.
뚱딴지라 불릴만큼 엉뚱한 온해의 행보는 예측불가, 노란 뚱딴지꽃은 어디에서 피어날 것인가.
<본문 중에서>
나라의 후사를 생각하여 새로이 여인을 보아야 한다는 대신들의 주청이 하루가 멀다고 계속되자 임금은 꾀를 내었다. 바로 양자를 들이는 것이었다. 왕가의 피가 흐르되, 총기가 있고 차기 왕재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재주와 용모를 갖추는 것이 그 조건이었다. 임금의 생각은 꽤 훌륭하게 효과를 발휘했다. 왕비의 자리를 위협하던 대신들이 제 위세에 도움이 될 만한 종가와 결탁하기 위해 바빠졌던 것이다.
임금의 성씨를 이루는 성(星), 이(彛), 언(彦), 재(梓). 이 네 분파에서 각각 열 살 가량의 아이를 한 명씩 뽑아 올렸다. 그 사내아이들이 바로 성운, 이헌, 언렴, 재문이었다. 네 명의 사내아이들은 한날한시에 궁에 불려와 각기 당(堂)을 하나씩 배속 받았다.
“온해?”
“예, 전하. 태학장의 하나뿐인 여식이라 들었사옵니다.”
“여식? 딸아이란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전하.”
임금의 눈빛이 더욱 의아해졌다. 수많은 신동들을 물리치고 고작 고른 것이 집 밖으로는 거의 걸음도 하지 못했을 계집아이라니. 태학장의 자식임을 감안하더라도 딱히 명쾌하게 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전하께서는 그 아이의 유별남을 들어 보신 적이 없으십니까.”
태학장은 의중을 알 수 없는 임금 때문에 점점 겁이 났다.
“태학장, 여식이 하나 있지요?”
주군의 입가에 여린 미소가 떠오르자,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태학장 여식에 대한 흥미로운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는 얼른 머리를 뒤졌다. 소문이라니 어떤 소문을 말하는 것일까. 어린것이 식탐이 심해 길이나 너비나 별 차이 없다는 그 소문일까, 아니면 방 안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아 걷는 법을 잊었다는 그 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계집인 주제에 책 읽기를 즐겨해 아이들이 신기하게 여기다가도 막상 얼굴을 보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는 이야기를 일컬음인가. 그의 고개가 가볍게 떨렸다. 소문이야 어찌되었건 그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따뜻할 온, 돼지 해.”
“따뜻한 돼지라고요?”
다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요!”
재문은 이헌을 바라보며 비웃듯 피식거렸다.
“대체 네 친부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아이를 천거하신 것인지…….”
재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저쪽 길 끝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한 사람은 길을 안내하는 내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꾸물꾸물 걸음을 같이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옷을 입혀 놓은 공 같았다. 머리는 작고, 배가 빵빵한데다 발까지 작아 꽤나 균형 잡힌 구(球)형의 본새처럼 보였다. 어쩐지 위에 붙은 듯이 보이는 머리카락이 어색해 보일 지경이었다. 없는 편이 공이라 여기기에는 더 적합할 테니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볼과 배가 파동을 일으키며 함께 움직였다. 내관이 다가와 성운에게 고할 때쯤이 되자 배동들은 다들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붉어져 금방이라도 곧 터질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온해는 열 살의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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