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이 내게 말했다.
“릴리아, 저를 놔줄 순 없습니까?”
“……에드윈.”
“그녀가 제게 돌아오고 싶다 합니다. 그러니 제발요.”
그는 내게 첫사랑에게 돌아가겠다고 빌었다.
더는 그에게 실망할 것조차 남지 않아서였을까.
“그래요, 잘 지내요.”
나는 남편에게 작별을 고했다.
더는 그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서.
* * *
그렇게 그를 떠나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가 내게 돌아와 빌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전부 착각이었습니다.”
“…….”
“그러니 제발…… 돌아와 주십시오.”
가슴이 차갑게 식으면서도, 그가 내게 비는 모습이 현실 같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그건 내가 더 이상 에드윈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잠깐 맛보기
릴리아가 누군가의 묘비 앞에 풀썩 쓰러졌다.
더는 다리에 힘이 없어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뺨을 때리던 차가운 빗물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얼굴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릴리아.”
릴리아는, 옷을 벗어 제게 덮어 주는 새까만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나와 가지.”
“……전하.”
킬리언 황태자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릴리아는 멍하니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나요?”
그녀가 힘없이 묻자, 킬리언이 그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본래 그대가 있어야 했을 곳.”
킬리언이 말하는 자리는 그의 옆자리였다. 베아트리체가 가로챘던 릴리아의 자리로.
그녀의 손은 어느새 킬리언의 손에 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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