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교자를 죽음으로 사하소서 [선공개]

배교자를 죽음으로 사하소서

신실한 구마 사제, 테미스 아르티젠은 돈이 필요했다.
옛 광휘를 잃고 무너져 가는 성당의 부흥을 위해.
사교계의 탕아, 자르비에 공작이 내건 의뢰를 승낙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 몸에 있는 악마를 구마하도록 해.”
의뢰란 공작에게 깃든 악마를 처치하여 그에게 육신을 되돌려주는 것.
과정이 순탄하리라는 확신은 없었으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녀는 끝내 악마를 멸할 것이다. 늘 그래 왔듯.
* * *
“기어이 나를.”
그는 꽤 힘겹게 입가를 끌어 올렸다. 일종의 체념처럼 비치는 연약한 미소였다.
그는 가만히 얼어 있는 테미스의 손에 손잡이를 쥐여 주고는 그 위로 제 손을 포개었다.
저항할 수 없이 타력에 의해 돌아간 칼날은 그의 왼쪽 가슴, 뜨겁게 박동하는 심장을 품고 있을 곳으로 끝을 겨누었다.
“찌르려고?”
찔러야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결과였다. 상대는 그저 육신을 뒤집어쓴 배덕한 악마에 불과했으니.
분명 그럴 터인데.
“나를 죽이려고?”
심장을 후비고 속살을 쑤시는 잔인한 얼굴에서 덧없는 연약함을 엿보았다.
차라리 눈을 감을 것을.
흔들려선 안 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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