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이 날리는 창백한 겨울.
유서 깊은 에포르 백작가의 차녀, 라젤은 아버지로부터 한 노예를 선물 받았다.
“아버지가 네게 선물을 주셨다고? 덜떨어진 불량품이라도 받은 거 아니니?”
가족조차 제 것이 되어주지 못하는 와중, 처음으로 가져 본 저만의 것.
그러나 좋은 주인이 되지 못한 라젤은 매서운 눈발이 치는 날, 남자를 전쟁터에 버렸다.
4년이란 긴 전쟁을 끝으로 그를 다시 마주하리란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오랜만이군. 살아 돌아온 날 보고 아주 놀란 모양인데.”
“…….”
“라젤 에포르, 내 공주님……. 내가 널 구원할까, 아니면 저버릴까?”
모든 걸 잃은 라젤의 앞에
남자는 조국을 패망시킨 적군의 수장이 되어 나타났다.
서릿발 같은 원한과 복수심을 품고서.
“네가 가진 소중한 모든 것들을 버리고…… 그토록 경멸하던 나와 결혼해 줘야겠어. 그러려고 널 샀거든. 푼돈으로.”
그는 나를 벌하러 돌아왔구나.
내 소중한 모든 것을 앗아갈 사신이자 남편이 되어.
라젤은 쓸쓸히 제 운명에 순응했다.
그런데…….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당신이 나한테 못 해줬던 만큼, 난 해 주려 하니까.”
이 남자, 왜인지 라젤을 싸고돌며 진귀한 모든 걸 안겨주려 한다.
“당신은 내 아내니까.”
그가 단지 복수심에 제 남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달랐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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