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재앙의 제물이 되기로 선택한 라니아는 후회도, 두려움도 없었다.
“안 돼, 라니아. 널 보내면 살 수 없을 거야…….”
“가여운 내 아가. 내가 대신할 수만 있다면….”
“……네게 이런 짐을 지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라니아.”
자신을 사랑한, 자신이 사랑한 이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재앙의 문턱을 넘은 뒤, 그들의 진심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내가 그 여자를 사랑했다고? 그럴 리가. 나의 요정, 나의 아리엘. 내겐 처음부터 너뿐이었어.”
언제나 달콤한 사랑만을 속삭이던 근사한 연인,
“그동안 너와 이리 눈을 마주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 이젠 모든 게 끝났어.”
친동생처럼 살뜰히 살펴주었던 오라버니,
“기쁘구나.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무나, 아리엘 알제르테.”
늘 다정하게 대해주며 친딸처럼 아껴주었던 아버지.
그들에게 라니아는 '진짜' 대신 바쳐질 가짜에 불과했다.
사랑했던 이들의 배신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
재앙에 삼켜져 죽었다고 생각한 그때, 눈을 뜬 라니아는 2년 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이 보내준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리라 마음먹었다.
다만 이번엔 라니아의 방식대로,
당신들이 사랑했던 ‘진짜’를 바쳐서.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