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문한 사막여우 가문의 수인으로 태어난 나는 기구한 운명이었다.
어떤 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사막여우 수인의 눈물에 눈이 먼 못된 놈에게 착취당해 죽었으니까.
그런 줄 알았는데…….
“말도 안 돼. 나 정말 다시 살아난 거야?”
학대하는 놈에게 입양되기 전으로 회귀했다.
이번엔 절대 멍청하게 당하진 않겠어!
때마침 보육원에 등장한 범고래 가문의 가주가 내 구세주!
아들이 아파 대신 입대할 남자아이를 찾는 그녀에게 나는 당당히 외쳤다.
“병도 고쳐 드리고 입대도 대신 할게요. 대신 절 입양해 주세요!”
그렇게 나는 남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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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 가문의 둘째 아들 역할은 어렵지 않았다.
“벨리언. 함께 아침 먹자.”
다정한 형(?)과 따뜻하고 듬직한 아빠.
“벨리언. 만약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내게 얘기해.”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여린 엄마.
완벽한 일상이었다.
호시탐탐 내 주변을 맴도는 백호 새끼만 빼면!
“네 뒷덜미에서 달콤한 향이 나.”
“저기, 아드리안. 제 머리 위에 놓인 손 좀 떼 주세요.”
“왜? 쓰다듬으면 네 귀라도 튀어나올까 봐?”
잠깐의 호기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백호가 달콤히 속삭였다.
“맞아, 벨리언. 난 이제 남색가야.”
“어, 언제부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남색…….”
“뻔뻔하기도 하지, 벨리언.”
귓가를 살짝 덮는 내 짧은 머리카락에 살짝 입 맞춘 그가 안타까워하며 속삭였다.
“네가 남자이니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누구든 난 널 좋아할 테니.”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아, 저기요.
저 여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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