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모르는 척 하겠다는 건가?”
꼭 5년 만이었다.
하영에게서 처절하게 버려진 후 마주한 것은.
담당의와 환자.
딱 그 정도의 거리에서 모른 척 지나쳐야 했다.
애써 아는 척 하지 않았던 것은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이별의 이유 때문일 텐데.
“최우진, 정말 날 모르는 척하네.”
버린 건 자신이고, 상처를 준 것도 자신이면서
그 야멸찬 외면에 서운한 건 뭔데.
“진하영, 양심도 없지.”
매몰차게 밀쳐내던 그 모습이 생생한데
다시 제 앞에 나타난 그녀의 모든 것이 낯설고 서운하다.
수줍던 여자는 의류 사업가에 인플루언서가 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냉소적이던 남자는 재벌가 3세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피부과 의사가 되어 있었다.
5년보다 몇 배는 더 멀어진 이 둘은
우연을 운명으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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