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 결혼

극비 결혼

“임신한 채로 다른 남자와 맞선이라니. 제정신입니까?”
주원의 날 선 눈이 상대 남자에게 머물렀다.
찌를 듯한 시선이 다은에게로 되돌아오자 그녀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대표님,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것 같은데요. 임신이라니요.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한 얼굴로 답을 기다리는 다은을 향해 주원의 음성이 내리찍혔다.
“숨기면 모를 줄 알았습니까. 정다은 씨가 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 말입니다.”
주원은 힘을 주어 또박또박 읊었다.
확신에 차 있는 눈빛을 보며 다은은 다급히 부정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요. 아닙니다!”
***
“오해였으면, 사실로 만들면 그만이죠.”
“…….”
“아이야 지금부터라도 가지면 되고.”
뻔뻔하게 마주 닿는 시선에 다은은 몸을 흠칫 떨었다.
“우리 꽤 잘 맞는 것 같은데. 회사에서뿐 아니라 침대에서도.”
얼굴이 덴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서슴없고 노골적인 말에 놀란 건 다은 뿐인 듯했다.
“아, 술김이었다고 했나. 그럼, 맨정신에 확인해 보면 되겠네요.”
입매를 늘인 채 나직이 내뱉던 주원은 불현듯 다은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는 제 앞에 바짝 붙어선 여자를 향해 주저 없이 얼굴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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