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비단꽃이 나거든

물가에 비단꽃이 나거든

“네 형이 곧 죽기 직전이네. 어떻게. 내가 살려줄까?”

열 살이란 나이가 그리 어린 나이인지 이록은 알지 못했다.
사리라에게 형과 자신의 목숨을 저당 잡혔을 때는 이미 노예의 삶을 예약한 뒤였다.
안녕, 잘 자, 좋은 아침이야, 좋은 저녁이야, 그 말들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이록은 끔찍한 열여덟을 맞이했다.

“맞아. 첩자라는 소리야. 아주 즐겁겠지? 여기를 떠나게 되어서.”

이만하면 지옥이다 싶은 그의 삶은 그러나 늘 반전이 있었다.
타깃이 된 소녀. 사진 속의 예쁘장한 소녀는 노란 꽃이 핀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다.
네다섯은 먹어 보이는 아이의 통통한 볼살, 촌스러운 색동저고리가 나름 인상적이었다.
이만하면 지옥이다 싶은 그의 삶은 그러나 늘 반전이 있었다.
누군가의 사주로, 누군가의 악의로 인연이 된 여자는 이록에게 다른 지옥을 보여 준다.

“이록아!”
“이록아! 밥은 먹었어?”

안녕, 잘 자, 좋은 아침이야, 좋은 저녁이야, 그 말들이 돌아온 세상 속에서 이록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네가 죽어야 내가 살고, 내가 죽어야 네가 사는.
열여덟 살이란 나이가 그리 죽고 싶은 나이인지 이록은 알지 못했다.

일러스트: 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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