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을 위해 버린 첫사랑이 3년 만에 돌아왔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가문과 귀족의 긍지를 모두 잃기 직전에.
브뤼히 제국의 천국이라 불리던 브란테 저택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서.
“괜찮아요, 엘리아나.”
엉망으로 무너져 내린 엘리아나의 앞에 선 남자는 괜찮다고 말했다.
“우린 이 지옥 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겁니다.”
***
테오도르가 요구한 것은 하나였다.
남은 생을 그의 정부로 살 것.
하지만 엘리아나 폰 브란테는 브뤼히 제국의 가장 고귀한 숙녀였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저와 결혼을 하시는 건 어떤가요?”
“영애께서는 정말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렇게 그와 서로 사랑하는 척 허울뿐인 결혼을 했다.
그것이 그를 버린 제 속죄의 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속죄였던 결혼 생활이 이상할 만큼 가슴을 술렁이게 했다.
“우리는 결혼한 부부입니다. 그것도 서로를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죠.”
“그럼 우리가 밤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대로 굳은 테오도르를 향해 엘리아나가 의문을 드러냈다.
“제 말이 틀렸나요?”
“그런 말이 지금 어떻게 들릴지 알고 말을 하는 겁니까?”
짙은 정염에 휩싸인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와 닿았다.
“이제 정말 못 참겠는데.”
3년 전 뜨겁게 밀애를 나누던 그 시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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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일러스트: 플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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