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던 은재를 끝끝내 사랑하지 않은 단 한 사람이 있었다.
한때는 유일한 사랑인 줄만 알았던 남자. 그녀의 남편, 차도훈.
늘 그만 바라왔던 은재가 돌려받은 것은 철저한 기만뿐이었다.
“나로 만족이 안 되면, 다른 남자와 뒹굴어도 상관없어.”
“싫어. 나한테 다른 남자 같은 거 없어.”
애타는 은재에게 마음 한 자락 내어주지 않은 도훈은 끝끝내 그녀가 가진 것마저 전부 앗아가 버린다.
끝끝내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서 달아난 은재.
그리고 그녀가 또 하나를 잃은 후, 장례식장에서 다시 조우한 남자.
“언제부터 너랑 내가, 누가 죽어야 보는 사이가 됐어.”
“개새끼. 내가 하필 너 같은 걸….”
“사랑해.”
그녀가 그토록 바랄 때는 외면하던 그가 가증스럽게도 사랑을 말했다.
“다시 되돌릴 수 있어. 너만 돌아오면.”
그녀의 세계를 전부 깨부수고 짓이긴 주제에 사랑을 말하는 그의 손에는, 여전히 두 사람의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오래전 빛 바랜 서약의 증거품이.
일러스트: DAM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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