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걸 짓밟고 불사른 남자,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한 동생을 죽인 약탈자의 전리품이 되었다.
“그래도 넌 날 받아들여야 할 거야, 이사벨.”
삶은 생지옥 같았으나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아야 했다.
동생의 예언대로 시황제 카일하르트에게 안겨, 이 세상을 구원할 아이를 잉태해야 하니까.
우리가 서로에게 잔인했던, 맞닿아 상처 냈던, 그럼에도 뒤엉킬 수밖에 없던 시간.
<내 아이를 훔친 밤>.
*
“사실인가요. 당신이 처음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단 게?”
꽃은 뿌리가 잘렸고 가시가 없었다. 혹시라도 감상하다 손이라도 찔릴까 완벽하게 처리된 거였다. 당연하다는 듯 넘겨왔던 광경이 다시 보인다.
“이사벨.”
모조리 다 거슬려서 목가 옷깃을 쥐어 뜯으며 엉망이 된 숨을 끊어 뱉는데 아, 그쯤에서 카일하르트의 그림자가 꽃을 짓밟는다.
“우리가, 우리가 악연이란 건 알았는데.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희뿌옇게 흐려진 그들 주변 모든 게 탈색되는 순간, 픽 웃음이 났다.
“안 돼, 이사벨!”
내가 선택한 미래야. 지켜봐.
내 가족과, 내 아이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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