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 번 도망쳐 봐.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거든.”
***
“왜 새드엔딩으로 끝난 건데!”
그저 작가를 향한 작은 한탄을 했을 뿐이었다.
그 길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줄도 모르고.
눈을 뜬 내 앞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살이 엘 듯 살벌하고도 냉랭한 눈빛을 하고서.
“결국 이딴 꼴로 잡힐 거면서.”
그는 몸을 낮춰 새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차가운 건틀릿이 살갗에 닿자 소름이 돋아났다.
낯선 감촉에 나는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또 도망치려고?”
침을 꿀꺽 삼킨 나는 시선을 들었다.
절벽에 청초하게 핀 푸른 달맞이 꽃을 닮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그 순간 확신했다.
피폐하다 못해 잔혹한 결말을 맞이한,
소설 속 여자 주인공으로 빙의했다는 것을.
그것도 남자 주인공인 칼라일이 미쳐버리기 직전에.
'나, 새드엔딩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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