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이후 8년을 개처럼 굴러 이 자리까지 올랐다.
KG그룹 이동만 회장의 막손 이연아는
식품업계의 최종 실세가 되기까지 고작 한 걸음 남짓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정말 돌아가신 어머니의 복수 역시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 걸음이 삐끗했던 어느 날
그녀가 과로로 쓰러진 걸 안 이동만 회장이
연아를 자신의 오랜 벗 박만수의 시골집 홍예마을로 보내 버린다.
한가로운 시골 풍경에 막막함이 몰려온 것도 잠시,
그녀는 디저트 개발을 위해 애타게 찾던 신품종 배
'만황' 과수원을 발견하곤 곧바로 사장을 찾아가는데
당장에 계약을 따 내고자 혈안이 되어 있던 그녀에게
달걀로 바위 치는 것처럼 무심한 사내가 걸렸으니,
그는 평화롭고 윤택한 해피 농촌 라이프를 방해하는 것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박태승이었다.
티격태격, 처음부터 맞지 않은 두 사람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친해질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자꾸만 그에게 시선이 가는 걸까.
* * *
“어디야.”
‒ 네?
“어디냐고. 지금 갈게.”
‒ 아니에요. 지금 안 돼요. 와도…… 태승 씨?
일어선 태승이 물결치는 메밀꽃 사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흩날려 반짝거렸다. 사랑은 사람을 움직이게 했다.
달리고 또 달렸다.
오로지 당신을 위해, 당신만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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