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었으니 남편이랑 같이 왔겠네요.”
“…….”
“그럼 가 봐요.”
단조로운 남자의 말이 귓전을 어지럽혔다.
연화는 그대로 멈춰 버렸다.
속에선 같은 말만이 되풀이 되어 쳇바퀴를 돌았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다.
남편이 있느니 없느니, 그러한 오해를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러니 가 보라는 말에 가는 것이 맞는 일일 터였지만.
“저 남편 없습니다.”
전부 변명일 뿐이었다.
결국엔 그를 막고 싶었던 거였다.
“저 남편 없어요.”
우연처럼 찾아온 그가, 다시 한 발 더 멀어지기 전에.
* * *
태인은 일부러 시선을 가까이 기울였다.
“남편 없는데 어쩌라고.”
자극적인 말과는 대조적으로 건네진 어투는 평온했다.
“묻는 말에 대답해요. 남편 없는데 뭐.”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이리저리 회피하는 말간 눈동자를 느긋이 따라붙었다.
“고개 숙이고, 눈 피하고, 숨어 버리고, 그거 다 나 보라고 끼 부리는 거잖아요.”
한때 붙어먹었던 여자의 빨간 입술이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
“제가 그날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다 잊어 주세요.”
뭘 모르는 말이다.
잊어 달라고 하는 그 순간 이건 더 이상 무관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동요조차 되지 않은 엉터리 같은 말.
"아니요."
언젠가는 잊히고 말 한낱 고요한 날의 기억이기를 바랐다.
잊고 싶었다.
"그건 답이 아니지."
한시도 잊은 적은 없었다.
한순간 욕정뿐이었던 4년 전 그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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