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지 않았던 삶,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운동선수 생활!
‘다 지긋지긋해. 이젠 제발 조용히 살고 싶다.’
이제는 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샌디에이고에 정착한 한제헌.
그렇게 자신이 꿈꾸던 삶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 무렵.
“원하는 건 대체로 다 맞춰 주겠습니다. 대신, 얌전히 손아귀 안에 들어와 주겠습니까?”
수상한 이가 나타났다. 그것도 연예인을 넘어 그냥 인간 자체로 모든 미국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완벽한 존재가.
‘왜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나한테 집착하면서 발닦개 노릇을 하려는 거지?’
……나, 뭔가 위험한 일에 엮인 건 아닐까?
[본문 발췌]
“이젠 다 지겨워졌습니다.”
“…….”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요.”
다른 쪽 손이 내 뒷덜미를 감싸 쥐고 부드럽게 문질렀다. 연이어 귀 바로 옆에서 낮고 끈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는 건 대체로 다 맞춰줄 테니, 얌전히 손아귀 안에 들어와 주겠습니까?”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런 뜻이 아닐 거라고 정신승리 할 수가 없다.
이건 완전히 직구로 부딪쳐오는 플러팅이다!
“돈이든, 명예든, 아니면 내 몸이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제공하지요.”
목을 울려 웃은 사내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까 보니 내 몸도 제법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던데.”
갑작스러운 제안에 얼어붙어 있으려니, 다리 사이에 카이사르의 무릎이 끼워졌다. 곧 그가 내 귓가에 입술을 완전히 붙인 채 속삭였다.
“원합니까?”
“좋은 아침.”
……뭐?
황당함에 입을 벌린 채 굳어 버리자, 그가 웃으며 다가와 벌어진 입안에 뭔가를 쑥 넣어 주었다. 씹어 보니 잘 익은 여름 체리였다.
“……화도 안 나요?”
“왜요?”
“염병한 기억이 나한테만 남은 것도 아닐 텐데, 왜 모른 척을 하지?”
카이사르가 의아해하는 시선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원래 아플 땐 까칠하게 구는 법이에요. 나도 아플 땐 예민해지거든요.”
이걸, 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하지…….
멍하니 서서 그를 보고 있으려니, 카이사르가 내 입에 체리를 하나 더 밀어 넣었다.
“지금은 좀 어때요? 아직 아파요?”
“괜찮아요. 통증은 가셨어요.”
“그럼 됐어요. 당신이 안 아프면 나도 괜찮아요.”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여기 있어요.”
멍하니 서 있으려니, 카이사르가 칼로 체리를 잘라 씨를 분리하며 말했다.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서 마체도니아를 하고 있었어요.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만들어 주면 기뻐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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