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찾아온 구질구질한 비처럼 여름이 내렸다. 그냥 지나갈 소낙비인 줄 알았는데, 흙탕물을 뒤섞어 그의 삶을 진창으로 빠뜨리는 오란비였다.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여자, 이여름이 저지른 살인, 그 돌풍에 빠진 응급의학과 전문의 강한결은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아픈 사람을 지나치지 못한 것뿐인데, 그저 우연이라고만 여겼는데, 실은 모든 게 한결을 향해 조준하고 예견된 재앙이었다.
불행을 안겨준 요녀, 걸레짝처럼 더럽혀진 몹쓸 것, 그걸 다 알고도 품을 수도, 버릴 수도 없다.
“그쪽이 날 버릴 줄 알았어요. 어쩌다 보니, 이용한 게 되어 유감….”
“닥쳐.”
“그쪽도 나를 똑같이 이용하면 되잖아요?”
“닥치라고 했어.”
“순진한 시골 여자 어떻게든 한 번 안아보려고 했던 주제에.”
“그 입 닥치랬지!”
한결은 그답지 않게 분노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틀어쥐었다. 사악한 요녀는 연약한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
“날 안아요. 그 누구도 당신을 욕하지 않을 테니.”
그녀는 기어이 그를 미치게 했다.
* 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및 욕설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