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다.
멸망한 세계에서, 멸망하기 전으로.
‘이번엔 절대로 멸망하게 두지 않을 거야.’
지난 생에서 세계를 멸망시킨 원흉,
내가 갱생시키려다가 실패한 이 소설 속 흑막.
“날 믿었어?”
“정말 내가 달라지리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비규환이 된 세계에 절망하던 날 보며, 즐겁다는 듯 웃음 짓던 남자.
‘죽여야 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벙어리도 아닌데 왜 반응이 없지? 시시하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흑막은,
괴롭힘으로 인해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인 12살짜리 소년이었다.
“……오다 주웠어. 상처에 바르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12살은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
그러니 조금 더 있다가, 이 애가 자라서 성인이 되어 흑막의 면모를 갖추기 직전에.
……그때 가서 죽여도 늦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
“아셀, 내가 무서워?”
어느새 훌쩍 자란 소년이 내 앞으로 다가섰다.
“무서우면 나한테 이걸 써. 네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난 백치가 돼도 좋아. 그러니까…….”
“제발 날 버리지 마.”
이 세계를 멸망시킬 흑막이 내게 애원했다.
……나는 과연 그를 죽이고,
세상을 지켜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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