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 뷰티 브랜드 총괄기획본부장 서강혁 상무입니다.”
단단하고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서빈의 심장을 가차 없이 흔들었다. 제발 그가 아니길 바랐던 찰나의 기도가 무색해졌다.
11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던 그녀의 첫사랑, 서강혁이었다.
나를 알아볼까.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냐며 화를 내진 않을까.
혹시라도 그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나마 고민했던 자신이 우스워졌다.
서빈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엔 티끌만큼의 변화조차 없었다.
고작 관심 몇 번 받았다고 특별한 사이라도 된 줄 알았던 걸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LK 그룹의 후계자인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기엔 깃털보다 더 가볍게 스쳤던 인연일 뿐이었다.
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꽃잎 한 번 피워보지 못했던 가엾은 첫사랑은 기억 속에 고이 묻어 두고 이대로 협업에만 전념하면 될 테니.
“서빈아.”
하지만, 못다 핀 첫사랑이 못내 아쉬워서였을까.
“잤어, 우리.”
그를 더는 밀어낼 수 없었다.
“그만 밀어내라고.”
서빈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집요하게 일렁이는 그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닿았다.
“키스도 하고, 잠도 자고, 연애도 할 거니까.”
겨울이 지나면 다시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너는 그냥 내가 가자는 데로 따라오기만 하면 돼.”
언제까지나 제 곁을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한 눈빛으로 서빈을 바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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