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꽃 아래 낭만적이던 프러포즈.
우리의 미래는 당연히 결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이별이었다.
“알잖아요, 우리가 이제 결혼까지는 못 한다는 거.”
무영은 정인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했다.
그녀가 낯선 남자의 신부가 됐을 때도, 뻔뻔하게 제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도.
“그게 우리 사이야. 난 망했고, 넌 결혼을 했고.”
이혼 후 정인은 공허함 속에 빠져 살다가, 그를 만났다.
내가 얼마나 미울까. 그런데 욕심이 난다. 그의 옆에 있고 싶어졌다.
“하룻밤 자면 끝나? 네가 이렇게 질척거리는 것도?”
“……아니, 부족해요.”
“뭐?”
“그걸로 부족해요. 안 끝나요, 내가.”
고백도 밀어도 없이 시작된 열대야의 어느 밤.
어쩌면 환희 같기도, 또 절망 같기도 했다.
일러스트: 인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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