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의 장례식장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남자였다.
"많이 말랐네."
한 팔에 감고도 남는 가느다란 허리에 남자가 쯧, 혀를 찼다.
"이렇게 약해 빠져선 자존심은 더럽게 세고."
"그나마 자존심 덕에 아등바등 버티는 건가."
무도하기 짝이 없는 남자의 말본새에 아윤의 턱이 떡 벌어졌다.
그녀의 보송한 뺨을 훑는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송아윤 씨가 아직 어려서 세상을 덜 아는 것 같은데, 이게 현대판 램프 같은 거라."
예상을 벗어나는 여자를 향한 호기심, 순간적으로 들끓은 욕구.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길들여질지 꿈에도 모른 채, 규훤이 어버버하는 여자의 손바닥에 자신의 명함을 쥐여주었다.
[SG 그룹 물산 부사장 서규훤]
"내가 앞으로 그쪽 빽해줄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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