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씨의 나라 청란에는 왕위 계승자에게만 내려오는 비밀이 있었다.
이 나라 어딘가에 목소리가 곧 명령이 되는 자, 언령(言靈)의 주인이 숨어 살고 있다는 것.
지난한 숨박질 끝에, 청란의 왕 태율은 언령의 주인이라 떠받들어지는 월영을 찾아낸다.
잔혹하리만큼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으나….
단 한 사람, 율에게만은 그녀의 언령이 닿지 않았다.
영혼을 휘두르는 목소리를 가진 여인과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 유일한 사내.
다른 듯 꼭 같은 외로움을 품은 서로의 영혼을 헤아리게 된 두 사람은
상처투성이던 마음속에 연모의 정을 피워 내고 만다.
그러다 언령의 주인을 둘러싼 참혹한 진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월영의 눈물은 기어코 왕의 역린을 건드린다.
* * *
혼란스러운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었다.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던 율의 눈동자엔 일순간, 이채가 돌았다. 다급한 뒷걸음질도 소용없었다. 단숨에 목전까지 들이닥친 그가 홱 손을 뻗쳐 왔다.
“으읍!”
커다란 손아귀가 월영의 입을 틀어막았다. 무시무시한 힘을 뿌리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월영은 겁에 질린 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고아한 사신의 모습을 한 사내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그대였느냐, 언령의 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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