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글로 배운 시한부 인생, 아씨 정초련.
잘생긴 옆집 도령에게 반해 매일 밤 담 너머를 훔쳐보다 옆집 종 돌쇠에게 딱 걸린다.
“옆집 아씨, 관음병이 있으신가?”
그저 사생하였을 뿐인데, 혼절하여 눈을 떴을 때 돌쇠와의 입맞춤.
사내에게 더럽혀진 몸, 관습에 따라 죽음을 각오하였는데.
“아씨, 오늘 죽지 않는다면 내 좋은 세상 보여 줄게.”
“네가 아는 좋은 세상이란… 무엇이냐?”
“매일 밤 빼꼼히 담벼락 위로 올라오는 까만 머리칼을 보는 세상.”
어차피 스물에 죽을 목숨, 정인은 만나지 못해도 자유로이 놀아 보고 싶다.
죽기 전에 다 해 보고 죽어야 억울하지 않지.
“네가 말한 세상, 내가 사마.”
눈앞의 잘생긴 이문경 도련님을 보아 좋고,
듬직한 돌쇠의 손을 잡고 패설로만 접하던 세상 구경하는 일은 더 좋고.
짧은 생, 돌쇠와 모든 것을 다 해 보겠다고 나선 걸음이 언제부터 설레었는지.
초련은 이제 패설 속 연정마저 돌쇠, 아니 이석과 나누고 싶다.
“내 너를 보면 이제 반갑다. 알은체하고 싶고.”
“그 말은 내가 좋다는 거야?”
“…….”
“남녀의 연은 그런 거요. 정인에게나 하는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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