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성숙한 남자라고 생각했던 하인이 내 남편 앞에서 가슴을 가린 붕대를 풀며 여자임을 밝혔다.
정략혼에 사랑 없는 사이라도 남편의 외도를 지켜보는 것은 비참했다.
“잠깐일 테니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말고 모르는 척하거라.”
시어머니는 한결같은 사람이었고.
“당신 남편은 날 사랑해요.”
그 여자는 아름답고 우아한 드레스 차림으로 저택의 안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면서 말이다.
***
남편의 형이자 황태자 다음의 계승권을 가진 바르네스 힐바르도.
그가 내 발아래에 자신의 검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원한다면 동생 놈의 목을 베어 그대에게 바치겠다.”
“전하께서 관여하실 일이 아닙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간 그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
황자가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분명 권력이 필요한 때가 오겠지. 그때 나를 도구로 써.”
그의 새파란 눈동자는 겨울 여왕의 마법처럼 시리게 아름다웠다.
“대신 나와 결혼해. 그것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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