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고 찬란한 그대로부터

초라하고 찬란한 그대로부터

무어 가문의 미치광이 아델버트.그는 날 때부터 눈 밑에 흰 얼룩이 있었고 머리칼이 파랬다.“기어 봐, 아델버트. 우리도 좋은 구경 좀 하자.”“저 해괴한 꼴 좀 봐. 저런 것도 귀족이라니.”사람들은 그 얼룩이 아델버트가 가진 광기의 증표라고 여겼다.그들이 마음대로 희롱할 수 있는 면죄부라고.“웃어야죠, 형님.”아델버트의 동생은 매일 밤 그를 광대로 선보였다.“형님이 미치지 않은 게 알려지면, 그 하녀의 발목을 부러뜨려 놓을 테니까.”* * *하녀 준은 아침마다 곱게 길러진 도련님의 상처를 돌봤다.그의 기억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기약 없는 희망을 품었다.아델버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얼마나 찬란했는지.그리고 그가 어떻게 한없이 초라했던 준을 구했는지.“준, 나를 봐줘. 네 눈에도 내가 괴물처럼 보이니?”지금 그는 한때 아름다웠던 남자의 껍데기에 불과했다.준은 아델버트를 끌어안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제가 언젠가 당신을 풀어줄게요. 바다와 하늘이 뒤집혀, 온 세상이 폐허가 되도록.”우리에 갇힌 괴물을 구하기 위해서는준 또한 괴물이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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