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튼은 10년 전부터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식을 치른 다음 날, 남편이 돌변했다.
“천한 놈과 뒹굴며 살더니 교양 수준도 바닥이 나버렸나 보군.”
무언가 오해를 한 것 같아 풀어보려 했지만 냉대만이 있을 뿐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코튼은 생이 다해가는 꽃처럼 시들어갔다.
그런 그녀를 신이 안타깝게 여긴 듯 어느 날 기적적으로 기억이 돌아왔다. 자신의 이름은 르네디아이고, 남편인 릭턴은 그녀의 과거 연인이자 약혼자였던 사람이었다.
기억을 잃었음에도 똑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니, 운명이 아닐까.
하지만 남편은 아니었나 보다.
그에게 버려지고 짓이겨지고, 밟히고 찢겼다. 몇 번이고 마음을 주워 담았으나, 버리기 직전의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심장은 이제 그가 주는 상처가 아프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한 마디만 우러나왔다.
떠올리지 말 걸 그랬어. 그럼 이토록 절망스럽진 않을 텐데.
“당신을 기억한 걸 후회해요.”
르네디아는 곪아 터질 때까지 참고 참아왔던 마음을 뱉었다. 그에게 보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등을 돌리고 도망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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