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갈 생각 하지 말고, 그냥 나랑 이렇게 붙어 먹자고.”
12년 만의 재회는, 첫사랑의 미소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던 소년을
살벌하리만큼 냉혹한 짐승처럼 만들어 버렸다.
“위로 올려 달라며. 어디까지 올라가길 원하냐고.”
“…….”
“뭐가 이렇게 쉬워, 이희루.”
“쉬워서 싫어? 아, 다시 만났던 날처럼 싫어하면서 밀어내고 피 보는 게 취향이야? 몰랐네.”
냉소와 독설로 둔갑한 희루의 가면이 자꾸만 그의 앞에서 부서지려 한다.
그의 억지에 못 이긴 척, 그가 흔드는 대로 흔들리고 싶을 정도로.
“희루야. 너 이제 도망 못 가.”
“……미친놈.”
“미쳤지. 미치지 않곤 못 견뎠지.”
예전처럼 희루 네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뭘 어쩔 거냐고?
글쎄. 나를 떠난 이유가 뭐든……
일단 네가 버린 게 뭔지는 똑똑히 알려 줘야지 않을까.
《잔혹한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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