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방산업체 현강 그룹의 이사헌 상무.
가장 유력한 후계 구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자, 의붓형제들과의 피 튀기는 권력 다툼의 한가운데서 늘 승기를 거머쥐는 지안의 잘난 상사.
“상무님, 정신이 드세요? 괜찮으세요?”
사헌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지안은 심장이 추락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조차 없을 만큼 가슴이 조여들기까지 했다.
“……여보.”
그런데 눈을 뜬 남자가 조금 이상하다.
“네? 사, 상무님, 저 한지안 비서입니다.”
“여보야, 나 머리 아파.”
완벽한 그녀의 상사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심지어 그녀를 애인이라 착각한 채로.
***
“내일 후회 할 짓 하지 말고 내려.”
“……개새끼.”
하, 사헌이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지안이 원망이 가득 묻은 눈으로 사헌을 바라보았다.
“먼저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할 땐 언제고.”
“…….”
“처음부터 혼자 멋대로 날 애인이라 착각해 놓고! 기억을 잃기 전부터 나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잖아요!”
지안이 울면서 그의 어깨를 마구 쳤다.
갈가리 찢긴 가슴이 너덜너덜해져 걷잡을 수 없이 아려 왔다.
“기억에 없는 일이야.”
짧고 단호한 그의 대답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다.
마음이 완전히 무너진다. 지안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사헌 씨, 나 정말 힘드니까…… 그만 돌아와요. 제발…….”
사헌이 나직한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고는 마치 선고를 내리듯 차갑게 말했다.
“죽었다고 생각해요.”
“……뭐라고요?”
냉정한 그의 말에 지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사헌이라는 남자는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흔들리던 눈동자에서 툭 떨어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마지막 희망마저 완전히 꺾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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