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프네. 솜털도 안 가신 새끼 고양이가 버릇없이 내 침대에 뛰어들고.”
스무 살의 봄.
남자와 야반도주한 엄마 대신 마을 사람들에게 학대당하며 큰 이현은
마지막 탈출이 실패로 돌아간 날,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검은 호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이현에게
불현듯 나타나 손을 내민 태강그룹의 이사, 백도준.
“함께 사는 거야.”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세계로 가는 줄 알았으나.
“어차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그의 세계는 너무 넓었고,
”웬만하면 눈에 띄지 않도록 해.”
무심함도 때론 폭력이 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깨달았다.
***
‘도준아, 나한테 딸이 있대. 나도 모르는 딸이. 네가 찾아서 돌봐 줘. 나 대신.’
꼭 지켜야 하는 은인의 유언이었으나
애는 질색이었다. 그것도 계집애라면 더더욱.
그러나,
“남자가 궁금해요. 도대체 뭐기에 우리 엄마가 그렇게 미쳐서 날뛰어야 했는지 알아야겠으니까.”
밤톨만 한 어린 것이 쓸데없는 호기심을 품어서는.
“아무나 상관없으니까 만나보려고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더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독립할게요.”
기어이, 제 품을 떠나려고 했다.
겁도 없이.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