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를 납치, 감금, 능욕하다가 찢겨 죽는 마왕으로 환생했다. 이대로면 마왕 역사상 최단기로 사망할 예정이다.
운명을 바꾸기로 했다. 용사에게 보물도 쥐여 주고, 대문도 열어 놨다. 근데….
*
용사가 삐딱한 자세로 서서 목에 걸린 구속구를 툭툭 건들며 말했다.
“사람을 감금했으면 구속을 하든가, 엉덩이라도 때리든지, 조교해서 정신 지배를 하든가, 짐승 흉내를 시키든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예…? 제가요…? 그런 추잡한 걸요…?
용사의 입에서 나온 문장은 외설스러운 단어들의 향연이었다.
“씨발, 잡혀 와서 온종일 납치범만 기다리는 이쪽 입장은 생각도 안 해? 하, 왜 이렇게 직업 정신이 부족하지?”
예…? 저는 직업이 마왕인데요….
“책임감을 가지라고, 책임감을! 또 대답 안 하지?”
“힉, 예, 옙!”
x발 새끼… 성격 존나 더러워….
근데 감금 원래 이렇게 하는 게 맞나.
*
“나 버리고 딴 놈이라도 들이려고 했나 봐.”
용사가 왜 다시 돌아왔지?
문득, 마왕 계발서 <나도 마생은 처음이라>에 나왔던 내용이 생각났다.
챕터 21. 역감금에 주의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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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타) 제가 감금이 처음인데요ㅠ
내용: 납치 당한 용사가 밥을 먹지 않아요ㅠㅠㅠ 굶으면 죽을 텐데 어떡하죠?]
└자네, 인간 밥을 왜 먹이는가?
└(작성자) 살아야 하니까요ㅠ
└쓸데없는 짓을… 인간은 죽이는 게 제맛이 아닌가 싶네만
└용사 예쁨?
└(작성자) 그게 왜 궁금하죠?
└납치를 어떻게 했길래? 내장이 고장난 거 아님?
└(작성자) 함정에 걸려서 뒤통수를 맞긴 했는데, 정신은 멀쩡해 보였어요. 말도 잘했는데….
└그래서 예쁨?
└(작성자) …왜 자꾸 그걸 물으세요?
└님 혹시 신입?
└ㅋㅋㅋㅋ 혹시 포럼에서 가늘고 길게 살 거라던 그 신입인가?
“으힉!”
여기 익명이라며!
시벨은 자신의 정체를 맞힌 사람들 때문에 놀라 수정연락기를 냅다 던져 버렸다.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다더니!
“왜 그러세요. 마왕님?”
“무, 무서운 경험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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