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그룹의 후계자이자 상사인 태이혁을 오랜 기간 흠모한 백서연.
그의 곁에 머물고 싶어 잠자리 파트너라는 굴욕적인 관계도 묵묵히 견딘다.
어느 날 결혼 압박을 받는 태이혁에게 서연은 용감하게 제안을 건넨다.
“전무님, 그 결혼 저랑 해요.”
승계 문제로 위기에 몰린 이혁은 선선히 받아들인다.
“남편으로서의 의무는 충실하겠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마. 사랑, 믿음, 신뢰. 감정과 관련한 건 어느 것도.”
결혼 후 홀로 하는 외사랑에 점점 지쳐가는 서연.
“사실은 이혁 씨를 속였어요. 좋아해서, 옆에 있고 싶어서 거짓말했어요. 더는 무리에요. 나는 이혁 씨랑 평범한 부부처럼 지내고 싶은 거 같아요.”
“결혼도 계약이야. 사랑이나 신뢰 같은 그딴 실체 없는 감정이 아니라 제도적 합의인 거라고.”
***
태이혁이 이혼을 결심한 이유는 군더더기 없이 명확했다. 그쪽이 더 효율적이니까.
서연은 그저 유용한 장기말 같은 거였다. 필요한 곳에 놓아두었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골라내면 그만인.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서연아.”
“…….”
텅 빈 집에 홀로 남겨진 순간 뒤늦게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시작되고 있었음을. 그에게도 서연은 사랑이었음을.
끝내 이혼 판결을 받고 법원 앞에서 헤어지는 순간, 극명한 상실감이 그를 덮쳤다.
“답도 없는 새끼.”
기약도 없는 짝사랑을 되돌려받았으니 이 역시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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