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로판 소설 속 왕녀로 빙의했다.
그것도 왕자만 줄줄이 낳다 겨우 얻은 고명딸로.
K-좋소기업 사장 딸과 비교당하는 인생도 안녕!
좋소 특유의 좌변기 청소도 안녕!
이번 생은 꽃길이겠구나 싶었는데—
3년 만에 전쟁이 나 왕국은 망했고, 그 때문에 내 목도 댕강 잘렸다.
“얘, 명단에 없는데요?”
“그럼 못 데려가지. 다시 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라!”
저승사자들은 ‘명단 누락’이라며 나를 지박령으로 만들고 훌쩍 떠나버렸다.
아니, 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그래도 지박령으로 그럭저럭 잘살며 ’축! 승천 못 한지 350주년 파티’를 벌이던 어느 날, 잔뜩 겁에 질린 남자아이 하나를 만났다.
“제, 제발 눈알로 저글링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하, 어이없네. 나 그런 귀신 아니거든.]
나는 그 아이를 얼른 내 영역에서 쫓아냈다.
그러곤 까맣게 잊었다.
……한 남자가 찾아오기 전까지.
[그동안 오래 기다렸지?]
이제야 데리러 온 거야? 이 자식들아?!
하지만 그 남자는 그토록 기다린 저승사자가 아니라, 이 세계의 주신 ‘헤리오스’였다.
그는 간사한 독사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 아이를 성년까지 잘 키우면 승천하게 해 줄게.]
내게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내가 울며 겨자 먹기로 수락하자, 그가 덧붙였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무턱대고 애를 키우라고 하진 않지. 능력도 하나 줄게. 그것도 네 스타일에 맞춰서.]
내 스타일? 그게 뭔 개소린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눈앞에 익숙한 게 나타났다.
띠링—
[상태 창]
이름: 엘리사 아스트리드 호르그레이슨
직업: 지박령* (황자 보모)
목표: 버림받은 2황자를 ‘무사히’, ‘잘’ 키우자!
특수 능력: 자신이 죽었던 곳에서 아공간 형성 가능
진행 상황: [황자와 첫 대화 성공]
다음 임무: [황자에게 글자 가르치기]
*현 위치에서 반경 50미터 이동 가능
……이제부터 인맥, 아니 신맥으로 취업한 썰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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