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지.”라연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아 든 태경이 싸늘한 한마디를 던졌다. “이거 놔요.”“어린애야? 아직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 돼?”지금 라연의 입장이 어떤지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몸을 해치는 행동은 더욱 더 그녀를 위태롭게 하는 행동이었다.“상황 파악은 내가 지금 제일 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형사님이야말로 주제넘는 짓 그만 해요.”“윤라연 씨. 지금 우리가 당신 집에 같이 있는 건 절도나 사기 같은 사건 때문이 아닙니다.”라연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대로 눈을 감았다. 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나도 안다고요.”게다가 어째서. 왜. 하필 이 남자일까.태경은 10년 전 일 따위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듯 담당 형사로 등장해 시종 자신을 모른 척 하고 있었다.저를 향한 냉담한 목소리가 얼마나 라연의 목을 죄어오는지 이 남자는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그럼 어떻게 할까요?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는데요?”“할 수 있는 걸 찾아봐야죠. 좀 더 생산적인-”어느새 흐릿해진 시선을 들어 태경을 바라보던 라연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그래요? 그럼 이건 어때요?”“…?”“잘래요? 나랑?”태경에게 자신은 그저 지켜줘야만 하는 목격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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