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장례식 날, 승록은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내던져진다.
“우승록, 잘 들어. 너 이제 살인범으로 몰릴 거야.”
“뭐?”
“사촌 분들, 거기까지 하시죠. 제삼자 개입은 반칙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인 조언은-”
“됐고요. 방금 들으신 그대롭니다. 우승록 씨는 업보 청산의 대가로 ‘틈새’ 다섯 개를 메우셔야 해요. 거부한다면 뭐, 존속살인으로 감옥에서 썩는 거고.”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다.
갚아야 할 업이 있는 네발짐승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집안이라는 둥, 그래서 부모 사망 직후부터 업을 갚을 의무가 있다는 둥.
그 빌어먹을 업을 갚기 위해서는 ‘틈새’라는 데에 들어가야 한다나 뭐라나.
미친 소리를 하는 사촌 형들과 변호사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소꿉친구인 사윤마저 그를 돕겠답시고 말도 안 되는 계약 결혼을 덥석 받아들인다.
“연사윤, 제정신이야? 너랑 나랑 결혼을 한다고?”
“거절하기엔 너네 부모님이 남겨 주신 유산이 너무나 크고 달다, 친구야.”
허울뿐인 결혼이 대체 뭐라고.
오랜 우정으로 포장한 관계마저 현실만큼이나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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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을 위한 안내문>
-주의 사항: 틈새의 음(陰)한 기운이 짙어지면 외부인의 신체가 훼손됩니다.
-위기 대응법: 양(陽)한 행위를 적절하게 수행하여 음한 기운을 누르세요.
※ 원한 해결 실패 시, 틈새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모든 일이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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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가 혼전 순결에 각방에 이혼 루트로 합의하긴 했는데.”
“…….”
“생존을 위해서는 저 양(陽)한 행위가 필수라잖아.”
“…….”
“빼지 말고 와라.”
대환장의 연속.
승록과 사윤은 과연 의무를 다하고 성공적으로 이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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