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지우다 [단행본]

꽃을 지우다

금상의 네 번째 후궁, 총애받던 이화 아가씨가 죽자
그의 몸종 꽃그르메는 세상을 잃었다.
추운 겨울밤 홀로 앓던 꽃그르메는 세상을 떠난 주인의 뒤를 따르려 하지만,
울지 못하는 주인의 지아비가 기어코 그녀를 붙들었다.
“너도 가려느냐?”
“가고 싶어요.”
“내가 싫다 하면 어쩔 테냐.”
그럼 살아야겠지요.
그렇게 그림자 속에 살려던 꽃그르메는
임금의 손에 기어이 햇볕 밖으로 나왔다.
승은 입은 후궁,
빛나는 그림자이자 태양 주위의 햇무리,
운경(煇景)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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