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에는 자해, 자살 시도 등의 키워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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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이치처럼 찾아온 봄을 거부할 수 없듯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여린 새싹은 그 남자가 던져 주는 눈빛과 말 한마디를 자양분으로 삼아 무럭무럭 자랐다.
서은기는 장대권을 살리기 위한 도구인 걸 몰랐다.
응당 인간 부적으로, 액운받이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본인이 흘리고 다닌다는 걸?”
“…꼭 그렇게 말해야 해요?”
“흘리고 다닌다, 달리 고상한 말이 있는지 모르겠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더 큰 문제네요. 본인이 그런 줄도 모르고 싸게 군다는 말이니.”
말로에는 쓰임을 다하면 버려질 패였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됐다.
* * *
그는 모호한 것을 질색하는 편이었지만, 서은기를 대할 때는 모든 것이 모호하게 느껴졌다.
‘좋아해요.’
그 애가 말한 ‘좋아하는 것’은 엄마, 아빠, 케이크 등 수많은 것 중 하나일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그 말에 그가 이룩한 경계가 무뎌지고, 그어 놓은 선이 망가지는 기분을 느꼈다.
옆에 두고 보고 있으면 기껍고, 보지 않으면 어색하고. 그 애의 입술로 말한 그 몇 음절을 다시 들어 보고 싶고.
“재밌네….”
그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고야 비로소 그 찰나를 곱씹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서은기 따위가 뭐라고. 병신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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