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하지만, 내가 결혼할 상대는 무조건 너 하나야.”
지난번의 만남에서 저를 원한다는 이 남잔 제 뜻을 분명하게 밝혔었다.
이 결혼에 사랑 따윈 없다고.
남자의 정확한 의도를 알아야 했다.
‘너 아니면 안 된다’던 말, 그건 믿을 수 없었다.
정연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 채 사조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다.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서요. 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거, 선배도 잘 아실 테고요.”
“아버지 소원이 내 결혼이야. 죽어 가는 사람 소원은 들어줘야지.”
죽어 가는 사람 소원이라고?
사조에게선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떠올릴 때 나타날 법한 슬픔이나 막막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너와 결혼해야만 하는 이유, 알겠지?”
***
“선배도 제가 떠났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오셨어요?”
사조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마치 모든 걸 삼킨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잖아. 내가 너 없으면,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거.”
사조는 속을 도려내듯 고통스러운 얼굴로 정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고는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
“선배, 이제 저를 놓아주세요.”
그 말에 사조는 오히려 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낮게 물었다.
“그럼 우리 아기는, 나 없이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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