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어깨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으나 현정은 남자를 한눈에 알아봤다.어젯밤 그녀와 원나잇 한 그 남자였다.그는 달려온 것인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어… 어떻게…….”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서 현정과 눈을 맞췄다.눈물로 엉망이 된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합시다.”“살…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당연한 말을 왜 합니까.”그녀의 두 눈을 직시하며 지금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남자를 보자 이상하게도 불안하게 뛰던 마음에 안심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거짓말처럼, 단숨에.현정은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겁먹지 말고. 최대한 빨리 빠져나와 봅시다. 할 수 있겠어요?”“이렇게 저 구하다가 그쪽도 위험해지는 거 아니에요? 혹시라도 차에 불이라도 붙으면…….”왜 이 사람은 자신을 구해주고 있는 걸까. 감사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그녀의 예비 약혼자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간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동이었다.“내가 약속한 게 있습니다. 그쪽은 기억 못하겠지만.”“약속요?”현정은 남자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바라봤다.눈물범벅이라도 그녀의 얼굴이 이쁘다는 듯 남자가 그녀의 입술 위에 가볍게 촉, 키스했다.감촉을 느끼기엔 이 상황이 일촉즉발이었지만 어젯 밤 그녀를 뜨겁게 안아 주던 다정한 입술이 분명했다.“응, 어디서든 구해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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